2009-2012.

전체 글

    / 2009.02.13 : 反 ; cafe 반.
    / 2009.02.12 : 몰스킨과 볼펜
    / 2009.02.05 : 정
    / 2009.01.31 : A와 B와 C의 이해
    / 2009.01.29 : 대세를 이해하다
    / 2009.01.28 : 소녀시대에 빠지다




해운대 달맞이 길을 친구와 갈 곳 없이 떠돌다가 아직도 엽기적인그녀 촬영지 푯말이 걸려있는 나팔꽃에 갈까 하다가. 그 옆에 새로 자리잡은 「반」을 찾은 것은 그날 최고의 선택이었다.
울산에서 체인점 외의 카페를 찾기란 참 힘들어서 가기싫다 하면서도 스타벅스에 가곤했는데 그나마 부산에 오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이래서 부산에 자주 가게 되는 것 같다. 서울보다 하늘이 잘 보이고 바다가 바로 옆에 있으니까. 그리고 나는 이 곳에서 콜롬비아 커피를 처음마셔보고 그 이후로 어딜가서든 콜롬비아만 주문하게 됐다.

해운대에 오면 보통은 커리를 먹고 택시를 타거나 걸어서 반까지 올라가서 커피한잔하고
맥주를 사서 해운대 바다에 앉아서 마신다. 저녁에 되면 영화를 한 편 보거나 계속 술을 마시거나.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 가로수길의 카페들 말고, 달맞이 고개에 있는 카페들은 그나마 안전하다는 생각이든다. 가로수길은 시끄럽고 자주 바뀌니까 편한느낌이 들지 않는다. 다들 뉴욕커마냥 포스가 함께하고 있으니까.

울산에 내려오면 해운대에 가서 맛있는 커피를 사주겠다!

daily 2009. 2. 13. 18:48





2005년부터 몰스킨을 사용했다. 처음에는 매일 일기를 쓸 생각으로 데일리를 구입했는데 미니홈피나 컴퓨터에 키보드로 글 쓰는게 더 편해서 구석에 모셔뒀었다. 2006년에 재활용 할 생각이었는데 집을 이사하다 어디로 사라진건지 보이지 않게 되었고, 또 데일리를 구입했지만 여전히 '매일'은 무리였고 일기며 회의노트며 일정이며 잡다한 것이 날짜 또한 뒤죽박죽 섞이게 되어 2007년, 한많은(!)군시절의 노트로 사용했다. 그러다가 2008년 아주 유용한 용도로 탈바꿈하게 되어 무언가를 담아두는 케이스로 쓰고있고, 전역할 때 후임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지금은 5개 정도가 있는데 무슨 용도로 산 것인지 언제 산 것인지 기억나질 않지만 다들 유용하게 쓰고 있다. 하지만 스케쥴이라고 할 만한 것이 그닥 없다보니 좀 놀고있는 느낌도 든다.

볼펜은 모나미에서 나오는 0.38mm 똑딱이 펜을 쓰고 있다.
고등학교까지만해도 필통이 넘치게 넣고 다녔던 펜을 이젠 모나미 검정,빨강,파랑으로 줄였다.
글씨를 작게 쓰다보니 계속 가는 펜을 찾게 됐는데 signoBit라고 되어있는 0.18 펜도 자주쓴다.
지금까지 본 중 가장 가는 굵기인데 파는 곳이 없어 한 번 발견하면 사재기해둔다.

이 글을 쓴 이유는 매일매일이 너무도 무료하여 억지로 쓴 일기가 이것 뿐이기 때문이고 억지로 쓴 일기를 모나미 볼펜으로 몰스킨에 기록해두기 때문이다. 29일 남았다.

daily 2009. 2. 12. 18:44



누군가는 누굴 싫어하면 대놓고 싫어할 수 있고, 마음에 안들면 윽박지를 수 있으니 참고 사는 것보다 나은 계급이 분명한 생활이 오히려 낫겠다고 했다.
그렇게 얼마전까지 나는 참 많이도 소리치고 화내고 달래고 혼내면서 지냈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면 '상관없음'이 보장된 관계에서 이 무관계가 의미하는 것에 몸서리처진다.
수개월을 함께 했음에도 절대 정이 든다거나 할 말이 생기지 않는 불편한 관계라.
이처럼 결과가 뻔한 관계에 대해서 또 한 번 물리고 질린다.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무엇을 의미한건지 최소한 혼자만이라도 의미가 있었는가 되묻게 된 순간부터 주변의 모든 것이 질리고 구역질나기 시작했다.

daily 2009. 2. 5. 20:14



A와 B의 이야기를 따로 들어보면 어찌이리도 각자 옳은 말만 하는지 둘다 이해받을만하다.
지하철의 두 사람이 상대방에게 늘어놓는 사람들에 대한 푸념들과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하는 것을 들으며 서로 맞장구치는 것을 보면 세상엔 온통 이치에 맞고 남한테 피해 안주는 사람들만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왜 마땅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만나면 부딪히고 싸울까.

공통의 진리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결국은 자신의 기준에 맞춰서 재해석하는 탓에 그 순간 양보나 배려는 자신만의 정의 앞에 사라지고 만다. 그걸 하나하나 설명할 수 없으니 답답하고 등돌리면 또 자기만의 세계임과 동시에 전세계인 세상에 반하는 이는 이상한 사람으로 분류하고만다.

사람들과 많이 부딪히는 일을 하다보니 못 볼거 보고 듣기 싫어도 뚤린 귀라고 잘들린다. 다들 머리가 커서 그런지 자기 영역이 견고해서인지 나도 타인도 들리기만 할 뿐, 들어서 이해하려고 하진 않는다.

요즘엔 언쟁이나 대화따윈 제대로 진행되질 않는다. 누구하나 삐치면 그대로 게임오버. 삐치는 자가 승자가 된다. 이러니 C는 A의 말을 통해 B를 만들고 B의 말을 통해 A를 만들어서 제정신이 온전히 붙은 사람은 C혼자 남게된다.

daily 2009. 1. 31. 20:13





군에 입대한 이후 세상과 나를 이어준 것은 TV도 신문도 아닌 잡지였다.
1년동안 프리미어, GQ를 정기구독하고 후임들이 아레나,에스콰이어,멘즈헬스를 매달 구입하는 덕에
한국에서 남성을 대상으로 한 패션 잡지는 거의 보고있는 셈이다.
배에서 생활하던 시절에는 TV나 신문따윈 볼 생각도 못했으니 피랍사건을 알게 된 것은
모든 사건이 끝난 뒤였고 전도연의 칸 수상도 마찬가지였다.
나와 문명을 이어준 것은 공중전화 너머의 목소리뿐이었다.
소고기 파동이 한국을 뒤덮은 것을 안 것도 서울에 친구들을 만나러 갔을 때 광화문에 늘어선
의경, 전경들을 통해 그리고 오존에서 술을 마시고 나온 늦은 시간 길바닥에 널부러진
시위대의 흔적을 직접 보고 난 후였다.
사태의 심각성은 영화잡지건 패션잡지건 촛불집회 관련 기사가 나올 때 파악한거다.
정말 잡지가 주는 정보 외엔 문외한이었다. 책읽는 것, 영화보는 것 외엔 관심이 없었으니까.
프리미어가 종합엔터테인먼트지로 성격을 바꾸면서 (바꾸기전부터도) 정치, 시사적인 견해를
다루면서 그에 따라 내 관심도 높아지게 됐다. 그래서 요즘은 아침엔 뉴스도 보고 신문을 읽는다.

하지만 잡지도 나를 배신할 때가 있었으니, 도무지 알 수 없는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다.
처음 당황한 것은 '지못미'로 도대체 이 단어는 뭘까 줄임말 같은데,
안여돼처럼 놀리는 건 아닌것 같고,
아 근데 안여돼도 안돼여로 잘못 알고 있었으니까 이것도 그런 것 아닐까.
맙소사 한도전 보는데도 '지못미'가 나온다.
차마 네이버 검색창에 '지못미'를 검색해볼 순 없었다.
이건 마치 유호정이 드라마에서' 암환자에요' 했던 것을
잘못 알아들은 초딩이 '아만자가 뭔가요?'라고 질문을 올린 느낌이랄까..
결국 친구에게 물어보고 정말 '깜놀'했다.

최근에 궁금했던 단어는 '병맛'이다. 줄임말, 유행어따윈 전혀 모를 것 같은 진용이의 싸이에
'병맛' 이라는 단어가 있을 때. 아 병맛은 병을 핥았을 때의 그 차가운 느낌인가?
아님 그 병에 살짝 남아있는 뭔가 아쉽고 찜찜한 맛인가?
이건 깜놀과 뭥미를 만났을 때의 느낌이 아니다.
지못미는 그래, 센스있다. 입에 착착 감긴다. 근데 병맛은 뭐냐.

결국 병맛을 혼자 고민하다 딸기에게 문자를 보냈고, 딸기는 병신맛보기라고 했다.
흠좀무나 여병추의 수준이 아니다. 병맛은 정말 획기적인 단어다.
일반인<병맛<병신 의 사이를 정확하게 짚어주는 단어의 탄생인거다.

아. 복학하기 전에는 알아둬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사회적 분위기, 집안 분위기, 패션,
트렌드 등 모두가 알고 있는 이런 단어 몇가지는 숙지를 해둬야하는거다.

딸기는 씁쓸하게 공부하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냥 패떴만 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요샌 아내의 유혹이 대박이란다.
'이렇게 대한건 니가 처음이야 사랑해'를 풀어놓은 꽃보다 남자는 우리부대 최고의 인기다.

정말. 요즘은 깜놀 하고 뭥미 할게 많은 시대다.

daily 2009. 1. 29. 20:09





어리다고 놀리지 말라고, 사탕들고 발을 맞추며 걷겠다고 웃어달라고 해도 꿈쩍도 안했던 내가
요즘에 GEE 에 빠져설랑 후임이 담아온 컴백무대 동영상을 보고 또 봤다.

이름이라곤 윤아(새볏씨), 태연(마르고 키작아서!), 효연(효크로 알고있었지만) 정도 밖에
몰랐는데 어느샌가 이름도 외워졌고 소녀시대 앨범은 아이팟에 커버플로우까지 직접 담았다

뭇 남성들의 다양한 이상형으로 만들어진 이 그룹은 특출난 매력은 느낄 수 없지만
그런 탓에 이들은 소녀로 존재할 수 있다고 본다.
게다가 성인남자들에겐 정복하고 싶은 금단의 영역 같기도 하면서
어린 소년들에겐 또래의 소녀 혹은 옆집 누나같은 사람일 수 있는거다.

GEE는 U-go-Girl을 작곡한 E-Tribe의 곡인데 지지지 거리는게 은근 중독성 있다.
덕분에 아이팟의 Robin Thicke나 Duffy는 뒷전이고 소녀들을 보면서 헤벌레 웃고 있는
나를 가끔 발견한다. 과연 빠돌이들 보면서 '오덕후들..' 이라고 했던 내가 맞는건지.

note 2009. 1. 28. 1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