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012.

전체 글

    / 2009.03.03 : 분장실의 강선생님
    / 2009.02.28 : 소화불량을 겪고 있다
    / 2009.02.28 : 백상예술대상
    / 2009.02.27 :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 2009.02.20 :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2009.02.14 : 최근의 기호품




예술속으로에 이은 강유미&안영미의 새코너
진짜 이건 최고다.


note 2009. 3. 3. 18:36




저녁에 먹었던 해물탕 때문인지 얼마전부터 먹기 시작한 약 때문인지 종일 소화불량으로 고생했다. 그렇잖아도 식사때마다 메스껍고 불쾌한 진상들 덕에 음식이 곱게 넘어가지 않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먹지 말아야지 하면서 주위에서 아플 땐 뭐라도 먹어줘야지 라는 말에 귀가 팔랑거리고 있다.

속이 좋지 않다거나 감기에 걸린다거나 하는 것은 자주 겪는 일이든 아니든 익숙해지질 않는다. 매번 그 강도가 다르고 지나간 후엔 아팠던 기억따위는 온데간데 없어서 결국 경험부족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왜 이런지 아플 때마다 쓸데없이 심각한 상황만 상상하게 된다.

모든 것에 있어서 경험이 많고 헤쳐나가야 할 방향을 잘 알고 있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마치 자기만의 메뉴얼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아픔이든 위기든 지금은 잘 해결하고 싶다. 이런 것 어떤가 '구내염을 극복하는 세가지 순서'. 하지만 겪어보지 않음에서 오는 고통은 남의 이야기 백날 들어봐야 그 강도가 저마다 달라 조언이 도움 될 리 없다.요즘은 남의 말을 어드바이스로 들으려다가도 그걸 받아들이고 적용할 수 없는 내 상황만 설득하려 할 뿐이다. 멍청하게도 선지자의 말을 내 것으로 만들어 본 경험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daily 2009. 2. 28. 16:15




시상식은 인터넷으로 정리된 수상자 명단만 봤었는데 어젠 멍하니 티비만 보다가 백상예술대상을 봤다. 시상식은 마치 숨가쁘게 진행되는 촬영현장 같았다. 숨돌릴틈이라곤 1부와 2부 사이의 협찬사 광고시간 뿐. 축하무대를 막 끝낸 소녀시대의 '장새볏'씨는 무대의상 그대로 올라와 상을 받았고 -그래도 예쁘긴 하더라- 손예진은 상을 받자마자 말한다. '수상소감 바로 시작하라고 하시네요'. 백상을 보기전에 E!에서 방송한 아카데미 레드카펫을 봤다. 그래도 45회씩이나 된, 방송 3사 모아놓고 딱 한명씩만 수상하는 시상식이 수상소감은 초를 재가며 준비해야하고, 지각을 가까스로 면하는 것 마냥 날림으로 진행되는 꼴이라니. 보고 있는 내내 이건 뭐 스피드게임도 아닌데 왜이러나 했다. 결국 제대로 된 수상소감은 연예프로그램에서 늘어놓겠지. 근데 시상식 꼴을 봐선 상 탄 기분도 안들겠다.

정신없이 소개하고, 상을 받고, 감동하고, 축하받을 틈도 없이 다음 수상자가 나와서 영화홍보하다가 또 시상을 한다. 나눠먹기 수상은 없어 좋았지만 이 시상식이 11시에 끝나는 것을 봤을 때 뭐 대단한 프로그램이 뒤에 기다리고 있을까 했지만 11시엔 절친노트가 방송됐다. 무표정으로 앉아있다가 가끔씩 순수를 가장한 독설을 툭툭 던지던 동현이가 어느새 징그럽게 커져서는 소녀시대 춤을 췄다. 시상식에 이어서 프로그램에서 재미아닌 일을 하고 있는, 아등바등 아빠 옆에서 개편생각을 하고 있는 꼬마애도. 좀 아니다 싶었다.

daily 2009. 2. 28. 15:40




영화초반에는 신선함이 있었다. 뻔하디 뻔한 남녀관계의 전래동화같은 일화에 그건 니가 좋아서가 아니라 반하지 않아서 라니. 원작을 읽지 않고, 그저 잘나가는 배우들의 궁함이, 달달한 영화가 보고파서 본 나는 혼자 오만가지 상상을 하는 지지나 유부남에 빠진 안나나 결혼하고 싶은 베스도 다 좋았다. 다들 연애에 답을 찾으면서도 답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 단지 그런 부분이 초반의 신선함을 폭삭 익혀버리게 만들긴 했지만, 이런 뻔한 스토리야 말로 연애의 정석임과 동시에 로맨틱코미디의 정석 아니겠다.

note 2009. 2. 27. 17:40





166분동안 진행되는 벤자민버튼의 생애는 그 설정과 원작만큼이나 흥미진진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켜보게 된다. 삶의 유한함을 알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지혜를 남들보다 더 일찍 알게된 그의 생을 보며 떠나야 할 때를 알고, 지켜야 할 것을 아는것 만으로도 삶은 참 벅차고 감동적이라 느끼게 됐다. 군더더기 없는 화면도, 구성도, 심지어 포스터도 맘에 들고. 데이빗 핀처도 다시 좋아진다. 한번 더 봐야겠다.

note 2009. 2. 20. 19:15





최근의 기호식품은 나쵸도 맥주도 커피도 아닌 믹스너트와 생수다.
자취 2년동안 집에 사둔 간식거리라곤 나쵸와 치즈소스밖에 없었는데 첫 휴가 때는 그게 너무 그리워서 집에다 딴 건 됐고, 나쵸가 너무 먹고 싶다고 했더랬다.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좀 들여놓을까 했지만 월급이 사람을 바꿔놓았는지 과자 한봉지에 몇 명이나 달려들까 싶어 참았다. 쪼잔하게 보이겠지만 아까운건 아깝다.
가끔 안주거리로 사먹던 포카칩은 일주일에 다섯봉지쯤은 사먹었고, 급격한 물가상승과 변함없는 쥐꼬리에 군것질은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난 담뱃값은 안드니까..
참 싫은 것은 과자 한 봉지에 쏠리는 눈이 너무 많아서 마음 편하게 천천히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먹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먹을 수 있을 때 먹자는 고약한 발상이 나의 소박한 여유와 행복을 가로막는다. 아직도 신기한건 밖에 나가면 군것질 안한다는거다.
요즘들어 내 입맛을 만족시키고 있는 것은 믹스너트로 땅콩.호두.아몬드가 같이 있는 것과 아몬드만 든 것을 섞어서 먹는다. 생수는 맥주삼아 마신다. 탄산을 마시지 않는 건 내 육신에 대한 마지막 배려랄까. 밤마다 맥주 생각이 간절하다. 얼마전에 마신 아사히프라임이 꿈에도 나왔다.

daily 2009. 2. 14.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