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012.



MJ의 연락을 받은 것은 그냥 무료한 저녁에 남은 방학을 얼마나 더 청춘을 낭비하면서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이었다. 파리에 와서 자신이 하는 일을 도와주러 오지 않겠냐는 제안에 나는 ‘그럴까?’ 하고, 전화를 끊고나서 이틀 뒤에 파리행 비행기를 타야한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아 이것 또한 쓸데없는 나의 망상 혹은 희망사항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새 홍콩을 경유하는 파리행 비행기를 샀고, 집에다 급하게 여권을 요청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결국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는 3시간이 연착되고, 결국 홍콩의 공항 근처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밖에 없었다. 본의 아니게 여권에 홍콩스탬프가 찍혀있는 셈이다.





덕분에 호텔숙박의 호사를 누리게 되었고 다시 파리에 간다는 것이 실감이 안나는 상황이 되었다. 죽기 전에 언젠가 가보고 싶은 곳임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당장일 필요도, 계획을 세워서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스페인이나 런던에 갈 수 있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어쩌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보게될 파리가 더 아름답지 않을까.

이제, 파리로 간다.


travel 2013. 4. 6. 1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