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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뵙고왔다
lazylog
2009. 1. 12. 23:00
설에 휴가가 없을 것 같아 오후에 할머니를 뵈러갔다.
같은 집에 살 때 그렇게 많이도 부딪히고, 어린시절 내내 친구데려오기 무섭게,
싫게 만든 할머니를 이제는 일년에 두번정도 본다.
할머니께 휴가나와서 찾아왔다고 했더니 왜 이렇게 군대에 오래있냐며
서울에서 대학다니면 군대도 오래있어야 되는거냐고, 몇년있어야 되냐고 하셨다.
아이고. 할머니. 그럼 서울대생은 오년은 있어야하게요..
사실은 할머니와의 기억이나 추억이 별로 없어서 나는 그렇게 몇마디하고 핸드폰만 만지작 거렸다. 나이가 들수록 할 말은 더 줄어든다.
배가 고팠다. 그냥 할머니는 처음부터 할머니라서 상관없었는데 같이간 고모도, 엄마도, 누나도
나중에 할머니가 되고 나도 할아버지가 되면 아. 싫다. 그리고 내가 아는 할머니는 딱 한 분인데
다른 할머니들은 어떤지 몰라서 내가 아는 사람이 할머니가 되면
지금의 할머니처럼 되는건 아닐까 싶어 괜히 마음이 좋지않았다.
그래서 할머니를 뵈러 온 게 오늘은 좀 잘못된 일이라 생각됐다.
오리고기를 먹으러갔다.
돼지고기는 있으면 먹고, 소고기는 사주면 먹고, 오리고기는 찾아다니면서 먹으라고 했다.
나중에 집에다가 돼지고기를 쟁여놓고, 소고기는 가족들 사주고,
오리고기는 애인이랑 가족이랑 찾아다니면서 먹어야지.